교육부에서는 2015학년도 이후의 대학 입시제도 개선안에 대한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번 개선 방안은 ▲복잡하고 어려운 입시 제도의 간소화, ▲학생부 교과 반영 영향력 강화, ▲학생부 비교과 영역 내실화로 학교 교육의 신뢰도 상승, ▲수능 시험의 A/B형 문제점 개선을 통한 점진적 폐지, ▲문/이과 융합을 위한 계열별 사회/과학의 수능에서 공통과목으로의 개설, ▲수시에서 수능 최저 기준 완화 및 폐지 등이 주요 사안이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김희동 소장은 "이번 대입 제도 개선 방안은 사교육 시장을 축소시키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며, "입시는 공정성과 객관성이 있는 같은 제도를 오랫동안 지속할 때 비로소 정착이 되고 혼란스러움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발표된 개선안이 앞으로의 대입과 입시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주요 쟁점별로 살펴보도록 하자.

◆ 입시제도의 간소화

현 입시제도하에서 가장 많이 제기되었던 문제는 전형이 너무 많고 복잡해 수험생들이 이해하기 어렵고 어떤 전형에 지원하는 것이 가장 유리할지 찾아낼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이 때문에 수시는 학생부, 대학별 고사, 서류 등의 특별전형, 실기 중심 등의 4가지로 정시는 수능과 학생부 중심으로 재편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그러나 과연 수험생들이 지원대학을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 ‘전형의 수’ 때문인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실제 수험생들은 늦게까지 학교에서 생활하다 보니 다양한 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아 여러 가지 이력을 만들기 쉽지 않다. 그래서 막상 수험생들이 대학과 전형을 찾아보면 4~5개 정도의 전형 외에는 지원 자격이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즉, 일반적으로 수험생들이 지원 가능한 전형은 4~5개에 불과하고 나머지 전형의 대부분은 여러 가지 자격을 요구하는 특별전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대입 전형의 수가 많다는 것은 특별전형이 너무 많이 생겼다는 말인데, 특별전형은 법으로 정해져 있어 줄일 수도 없다. 특별전형은 워낙 종류가 다양해 단순하게 학생부 100%로 선발하기 어려워 서류나 면접 등을 도입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원자가 가장 많은 전형 외에는 강제적으로 폐지해야만 전형간소화의 효과를 볼 수 있는데 실제로는 불가능하므로 지금의 형태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현재의 전형들을 통/폐합 할 경우 대학들은 한 전형마다 모집 정원을 대폭 늘려서 선발해야 하는데 이는 지원율이나 성적이 하락할 수 있어 기피할 방법으로 보인다. 따라서 통폐합한다면 선발 방법을 해당 전형 안에 트랙의 형태로 세분화하고 전형 방법을 기존 방식대로 다양하게 구분해 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 학생부 교과 영향력 강화

학생부 전형은 전국의 모든 고교의 학력이 동일하지 않다 보니 상위권이나 중위권 대학보다 하위권 대학에서 사용하고 있는 전형이다.
학생부 전형을 실시하는 대학들도 수능 최저 기준을 높게 설정해 두고 있어 보통 수능>대학별고사>내신 순으로 합격에 많은 영향력을 준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시 수능최저기준을 완화하거나 폐지하게 되면 대학 입장에서는 더욱더 학생부 전형을 기피할 수밖에 없다. 기존에 학생부 전형을 실시하던 대학조차 학생부 전형을 축소하거나 폐지할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강제 조항을 만들고 학생부100% 전형을 1회 이상 실시하도록 하지 않는 한 여전히 학생부 성적의 영향력을 미비할 것이다. 또한, 절대 평가를 도입하게 되면 학생부는 최소한의 반영 비율로만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수시 원서 접수 시기가 1회로 한정된다면 학생부100% 전형은 더 큰 어려움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 학생부 비교과 영역 내실화
비교과 영역은 서류를 제출하는 특별전형에서 활용하는 분야이므로 공정성, 객관성 등이 잘 확보된다면 다재다능한 수험생들을 선발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교과부 발표에 따르면 기재 요령은 지금과 별 차이가 없으나 진로 선택 동기 등을 구체화하도록 진로 기재란 등이 신설됐다.
현실적으로 수험생들이 한 가지 진로 계획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가기란 쉽지 않다. 단 하나의 꿈을 가지고 성장해온 학생보다는 다양한 꿈을 꾸고 여러 가지 계획을 세워왔던 학생들이 더 많을 것이다. 진로 기재란이 만들어진다면 학생부에 기재한 수험생의 희망 진로와 실재 대학 지원시의 진로가 다를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 때문에 진로 기재란이 생긴다면 오히려 진로를 바꾼 학생들이 자기소개서 작성을 위해 학생부조작까지 감행할 위험성이 있다. 또한, 비교과 영역 자체가 입시를 위한 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충분히 존재한다.
충실하고 정직한 학교생활 기록부를 만들기 위해서는 실무 지원단 파견 등 행정적인 업무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고교별 특성을 이해하고 반영해 주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일 것이다. 현재 고교에 필요한 것은 획일화가 아닌 특성을 인정해 주는 것이다.

◆ 수능 A/B 형 점진적 폐지 및 문/이과 융합 등 수능 제도 변화
교과부는 2016학년도까지 영어를 제외하고 국어와 수학에서 A/B형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고교 현장에서 혼란이 있기 때문에 점진적인 폐지를 실시한다고 발표했으나 현재 고1부터 폐지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선택형 수능의 문제는 A형을 선택한 수험생들의 표준점수가 높게 나오는 불합리성과 A형으로 인한 학력저하이다. 게다가 수능 전에는 B형으로 준비하다가 3학년 수능 접수 시기가 돼서야 A형으로 변경하는 점도 문제다. 2017학년도에는 완전 폐지되므로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다.
2017학년도에 A/B형 선택제 폐지와 탐구영역에서 공통과목을 추가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목 축소는 문제가 있다. 시험 난이도를 낮추고 수험생의 공부량을 줄여준다는 명목이 있지만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목 수가 줄수록 성적 분포도는 올라가고 심화 공부를 해야 하므로 대학 진학이 더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탐구과목 수가 3개에서 2개로 줄었을 때와 같이 성적 양극화 현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졸업생의 경우 새롭게 생긴 과목 공부를 위해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가며 공부를 해야 하는 어려움도 존재한다. 따라서 공부할 양을 줄이는 것보다는 시험의 변별력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로 보인다.

새로운 입시 제도가 확정된다면, 수시보다는 정시로 선발하는 인원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 입장에서 ▲수능 최저 완화 또는 폐지, ▲대학별 고사의 난이도 하락, ▲학생부 영향력 강화 등으로 인하여 수시 인원을 최소화하고 수능 중심인 정시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수시에서 통폐합을 통해 전형 수를 축소하면 현재의 선발인원 수를 유지하기 어렵고, 수시 1회 접수로 인해 인원 배분도 어려워지기 때문에 수시 선발인원이 축소될 확률이 높다. 이로 인해 수시가 축소되고 정시 시장이 확대되면 감소하던 졸업생들의 숫자가 조금씩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의대 복귀로 인한 졸업생의 자연적 증가의 영향도 있지만, 정시 인원이 증가하면서 재도전의 기회가 생기게 되면 감소하던 재수생 수가 다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시 확대와 새로운 과목 추가로 인해 사교육 시장은 좋은 기회가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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