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7일 오전 10시 ‘가출 십대여성 실태조사’ 결과 발표와 함께 ‘십대여성의 가출과 폭력피해 실태’ 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6일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변혜정 前유쾌한섹슈얼리티인권센터 대표가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김고연주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 정해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민영 새날을 여는 청소년쉼터 ‘사또’ 책임상담원, 최윤정 서울동작교육지원청 프로젝트 조정자 등 총 4명이 토론자로 참석해 십대여성의 가출과 폭력실태, 대책에 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토론회에 앞서 서울시는 가출 십대여성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유쾌한섹슈얼리티인권센터와 함께 서울․경기지역 쉼터 25개소에 거주하고 있는 가출십대여성 17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평균연령은 만 16세로, 학력은 고등학교 중퇴(17.7%)가 가장 많았다. 최초 가출했던 나이는 만12세~15세가 70.8%로 가장 많았으며, 최초 가출 평균 연령은 만13.7세였다.

가출생활에서 제일 힘든 건 돈 문제…네명 중 한명꼴로 성매매 경험

가출 후 가장 힘들었던 점은 숙식해결을 위한 ‘돈 문제’(69.8%)였다. 이들은 가출기간동안 생활비 마련을 위해 갈취(26.3%), 구걸(13.8%), 절도(10.6%) 및 성매매 등 범죄를 저지르거나 위기 상황에 노출되어 있었다. 한편 가출 후 한 달 동안 사용한 평균 생활비는 5만원 이하(44.8%)가 가장 많았다.

가출 후 돈을 벌어본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전체 응답자 중 54.4%였는데, 이중 ‘성산업 관련 일자리와 성매매’를 통해 돈을 벌어본 응답자가 55.3%에 이르렀다.

‘성산업 관련 일자리와 성매매’ 경험 중에는 조건만남(25.5%), 노래방(10.6%), 보도방(9.6%), 단란주점 및 룸싸롱(3.2%), 키스방(3.2%), 성매매 집결지(2.1%), 티켓다방(1.1%)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성매매 경험이 있다고 답한 십대여성은 25.1%로, 가출 십대여성 4명 중 1명은 성매매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대부분은 잘 곳과 먹을 것을 마련하기 위해 돈벌이 수단으로 조건만남, 룸싸롱, 노래방 도우미 등 성산업 관련 업종과 성매매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최초로 성매매를 한 시기는 만14세에서 만17세(88.1%)가 가장 많았고, 성매매 유형은 조건만남(83.7%)이 가장 많았다.

성매매를 하게 된 계기는 ‘잘 곳이 없어서’(44.2%), ‘배가 고파서(30.2%)’ ‘강요에 의해’(30.2%),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30.2%)’ ‘다른 일자리가 없어서’(25.6%) 순으로 나타났다(중복응답).

가족 내 문제로 대부분 재가출 결심, 이후 위험한 일시공간서 머물러

가족관계와 관련해 가출 십대여성들은 대부분 가정형편이 어렵고(58.8%), 부모간의 불화가 있으며(52.7%), 보호자가 자신이 가출하지 않도록 설득하지 않는 편이라고(46.2%) 답하였다.

가장 많이 겪는 부모와의 문제는 부모 간 불화(52.7%)와 함께 부모(보호자)의 폭력 및 학대도 38.5%나 되었다.

이러한 문제들이 개선된다면 집으로 돌아갈 의사가 있는지에 대해 응답자의 44.6%는 “돌아갈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가족관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재가출 원인은 ‘가족의 간섭․통제가 더 심해져서’(49.3%), ‘처음 가출하게 된 원인이 해결되지 않아서’(35.2%), ‘아무도 나에게 신경 쓰지 않아서’(14.%) 순으로 나타나 가정 내의 문제로 다시 재가출을 결심한 경우가 많았다.

재가출 후 지낸 곳은 일시적 공간(PC방, 찜질방, 여관, 모텔)과 거리생활(길거리 노숙, 공원, 건물화장실) 등 불안정하고 위험한 곳이 대부분이었다.

면접조사자들은 가출 이후 노숙과 극도로 빈곤한 생활을 경험했으며, 가출 이후 성인인 애인 또는 남성의 집에서 숙식을 해결한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숙식과 물질적 원조를 제공 받는 대신 성관계를 맺기도 하였으나 성매매의 개념으로 인식하지 못했다.

가출 십대여성 성폭력 피해 경험 40.7%…취업/학업 지원에 대한 욕구 높아

성폭력 문제와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40.7%가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고, 이중 가족 및 친인척에 의한 성폭력 피해가 37.7%로 조사됐다.

최초 성폭력 가해자로는 ‘가족’이 26.1%로 가장 많았고 ‘친척’이라는 응답은 11.6%였다. 낯선 사람에 의한 성폭력피해도 17.4%로 나타났다.

한편 처음 쉼터에 입소한 연령은 만 15~16세(41.7%)가 가장 많았다.

응답자들이 쉼터에서 가장 원하는 것은 ‘안정적인 보호’(63.4%)였고 다음으로 ‘장기간 머무를 수 있는 곳’(50%), ‘고민상담(41.3%)’
이었다. 또한 취업교육(33.7%)과 학업지원(33.1%), 검정고시(25%), 학교 복학 및 입학(33.2%)에 대한 욕구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위기 십대여성 위해 서울시, 가출예방부터 자립지원까지 체계적 지원

시는 위기상황에 놓인 가출 십대여성을 위해 가출․성매매 예방부터 자립지원까지 체계적인 지원책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먼저 유흥업소, 성매매, 성폭력 등 위기 상황에 쉽게 노출되는 위기 십대여성을 위한 연중 심야거리상담 ‘브릿지 프로젝트’를 더욱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쉼터에 입소하지 않고 길거리에서 생활하는 십대여성을 위한 공간의 중요성이 절실하다고 판단, 올해 처음으로 오는 7월 ‘드롭인센터’(Drop-in center)를 설립할 계획이다.

시는 2001년 ‘늘푸른여성지원센터’를 설립해 성문화 개선 및 예방을 위한 성매매 방지 교육, 늘푸른아카데미, 조기개입 및 지원을 위한 성매매 집결지 및 구조지원사업, 성매매 피해여성 시설 지원과 역량강화를 위한 ‘늘푸른자립학교’ 와 ‘자립훈련매장’ 운영하고 있다.

조현옥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이번 설문조사결과는 가출 십대여성들이 가정폭력, 학대, 성폭력, 성매매 등 폭력의 희생양인 동시에 범죄와 폭력을 재생산하는 주체가 되는 ‘폭력의 악순환’을 보여준다”면서 “서울시는 가출 십대여성의 위기상황이 악화되고 재생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폭력 피해를 치유하고 자립을 지원하는 전문화된 지원정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경제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