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10가구 중 1가구가 여성 1인 가구일 정도로 혼자 생활하는 싱글여성 가구의 비중이 높은 가운데, 서울시가 지자체 최초로 이들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여성정책을 만들기 위한 의견 수렴에 나선다.

현재 서울의 여성 1인 가구 수는 전체 357만7397가구 중 45만 가구로서, 전체 가구의 12.6%를 차지하고 있다.

시는 5일 14시부터 온라인상에서 ‘1인 가구 싱글여성의 행복한 서울생활! 무엇이 필요한가?’를 주제로 60분간의 청책토론회 개최, 다양한 시민의견을 수렴해 ‘여성 1인 가구 정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지난 3월「여성의 삶을 바꾸는 서울 비전」을 처음 발표한데 이어 지난 4월 발표한「여성의 삶을 바꾸는 서울 비전」10대 핵심과제에 ‘여성 1인가구 지원’을 포함시켜 ‘여성 1인가구’에 대한 정책수립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조현옥 여성가족정책실장은 “현재 서울의 가구 구조로 볼 때 1인 가구 싱글여성은 분명한 정책수혜 계층임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여성정책은 아이를 낳아 키우는 전통적 가족제도 중심에 초점이 맞춰져 여성 1인 가구 정책은 소외돼 왔다”며, "싱글여성들의 고민과 바람을 경청해 정책에 반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도 함께하는 이날 토론회에는 정현희 ‘언니네트워크’ 운영자, 김영경 서울시 청년 명예부시장, 이성은 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 유연식 서울시 여성정책담당관 등 총 4명이 패널로 참석해 싱글여성들이 서울시에 바라는 정책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나눌 예정이다.

이번 토론회는 서울시 인터넷 TV와 모바일서울 뿐만 아니라 민간방송채널인 아프리카TV, KT올레온에어, 유스트림, 다음TV팟, 짱라이브를 통해 동시 생중계되며 시민 누구나 서울시 홈페이지와 다음 아고라, 트위터(#싱글여성)를 통해 실시간 의견을 올려 토론에 참여할 수 있다.

앞서 서울시는 서울시 여성 1인가구의 생활실태 및 정책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 여성가족재단과 함께 서울시 거주 25~49세 여성 1인 가구 57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3.14~4.23)도 선행 실시했다.

서울 여성1인 가구, 고학력 미혼자 많고 안정적 일자리와 주거환경 중요시 여겨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들은 미혼(92.4%), 대학교 졸업(70.7%), 사무직(51.3%)이 가장 많았다. 미혼의 경우 혼자 사는 이유로 ‘적합한 배우자를 못 만나서’를 60%로 가장 많이 꼽았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혼자 생활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갖추어야 할 조건으로 ‘안정적인 일자리(89.6%)’ 와 ‘안정적인 주거환경(84%)’을 꼽았다.

신체적/정신적 건강상태유지를 위해 정부 차원 지원이 필요한 내용
신체적/정신적 건강상태유지를 위해 정부 차원 지원이 필요한 내용
홀로 생활 어려운 점은 주거불안정 > 범죄불안감 > 몸 아프거나 위급 시 꼽아

혼자 생활하면서 어려운 점으로는 ‘주거불안정’을 81%로 가장 많이 들었고, ‘성폭력 등 범죄에 대한 불안감(77%)’ ‘몸이 아프거나 위급 시 도와줄 사람 없음(75%)’ ‘노후걱정(74%)’ 순으로 뒤를 이었다.

흡연, 음주 비율 높고, 서울시에 바라는 점은 지역안전 및 건강․의료 체계 마련

특히 1인 가구 여성들은 흡연(22.7%)과 음주(69.6%) 비율이 비교적 높았고, 검진비용 상의 이유로 건강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음주 빈도는 한 달에 5~8회가 27.7%, 3~4회가 27.2%, 9회 이상이 24.3% 순으로 조사되었다.

여성 질환 병원검진 비율은 54%에 그쳤는데, 그 이유는 비용이 비싸서(22%), 결혼하지 않아 검진 받기가 어색해서(18%) 순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건강상태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31.8%가 ‘나쁘다’고 응답했는데 이들 중 절반 정도는 “건강이 나쁘다고 판단되나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무엇보다 25~29세 여성들은 설문조사그룹 중 가장 연령대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33.7%가 본인의 건강상태가 나쁘다고 답했다. 이는 연령대가 낮을수록 소득 수준이 낮고 고용환경이 불안전하기 때문에, 본인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체크할 경제적 여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이러한 싱글 여성의 어려움을 반영하듯, 응답자들은 서울시에 가장 바라는 정책으로 ‘지역 중심의 안전 체계’와 ‘건강 및 의료지원체계’ 마련을 꼽았다.

안전 분야의 경우 ‘방범활동 강화’, ‘골목길 CCTV 설치확대’, ‘개인주택 보안장치 지원’ 등을 구체적으로 바라는 정책항목으로 꼽았다.

건강분야에서는 ‘국민건강보험을 통한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선정했고 이 외에도 ‘보건소를 통한 다양한 실비 의료지원 혜택’, ‘운동 공간 및 시설 제공’, ‘보건소의 일상적인 건강 상담 상시화 체계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 외에도 싱글여성들은 ‘구직활동 기간에 한시적 생계비 지원’ ‘임대주택/아파트 우선부여’ ‘실비 직업훈련 교육’ 등을 서울시에 바라는 지원책으로 제안했다.

88%가 경제활동 중, 150만~250만 원 소득수준이 가장 많고 무직도 12.5%

일자리와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88%가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중 사무직은 59%, 전문직 15%, 서비스직 등 26% 비율로 조사됐으며 임시․일용직은 13%였다.

응답자의 월평균 근로소득을 보면 150~250만 원 이하가 38.4%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고, 250~350만 원 이하가 21.5%로 뒤를 이었으며, 150만 원 이하가 16%, 무직 12.5%, 350만 원 이상이 11.6%로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현재 서울시는 여성 1인가구를 위해 주거/안전/건강 등 크게 세 분야로 나눠 지원정책을 펴고 있다.

먼저 주거지원과 관련해서는 청년 여성근로자를 위한 임대아파트를 두 곳에 운영 중이다. 서울 소재 사업장에 근무하는 만 26세 이하(대학원 졸업자 제외) 미혼여성 근로자면 입주가 가능하다. 현재 총 1302명이 입소해 생활하고 있다.

안전한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도시 전체에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를 도입해 운영 중인데, 신촌, 강남, 역삼 등 여성 1인 가구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안전감시 활동을 강화하고 주택가 골목길 조명을 2배 더 밝게 해 안전한 귀가길 조성에 힘쓸 계획이다.

건강관리 지원과 관련해서는 시립보라매병원에 산부인과, 갑상선센터 등 총 10개 진료과목이 총망라되어있는 ‘여성 전문 진료센터’가 운영 중이며, 25개 자치구 정신보건센터 내에는 여성 우울증을 검진하고 상담해주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 외에도 일하는 여성 위한 저녁 및 주말 프로그램 제공, 자치구 보건소에서 싱글여성 특화 건강검진 및 의료지원 확대를 추진 중이다.

박 시장은 “설문조사 결과와 온라인 시민토론회 자리에서 나온 시민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혼자 생활하는 싱글여성들의 행복한 서울생활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경제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