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좌),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좌),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우)
[경제플러스=김형주]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춰졌던 현대건설 인수전은 결국 다윗(현대그룹)의 승리로 일단락 됐다. 그 치열했던 경쟁의 이면에는 현대그룹의 다양한 승리의 요인들이 있었다.

인수전 초반만 해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는 힘든 싸움이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대북사업이 전면 중단된 데다 올 초부터 현대상선이 재무구조개선 약정 대상으로 선정돼 유동성 압박을 받았기 때문이다.

10조원의 막강한 현금을 보유한 현대차가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는 ‘물 건너갔다’는 얘기도 나왔다. 한때 전략적 투자자였던 독일 M+W가 인수전에 손을 떼면서 위기설이 나돌기도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입찰 마감이 이뤄지면 채권단 심사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가격 외에 비가격 요소까지 꼼꼼히 본다면 더더욱 현대차가 유리한 게임"이라고 말했었다.

두 그룹이 맞붙으면서 현대그룹은 명분론을, 현대차는 자금력 등 사업능력 우위론을 내세우며 계속해서 맞붙어왔다. 초반 분위기는 현대차 그룹이 우세했다.

이에 현 회장은 초기 현대차의 우세로 점쳐졌던 인수전 판세를 뒤집기 위해 “현대건설, 현대그룹이 지키겠습니다”,“세계 1위의 자동차 기업을 기대합니다”,“(현대·기아차는) 현대건설을 인수할 여력이나 계획이 없다”등의 광고들을 잇달아 선보이며 이슈선점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정주영 명예회장이 정몽헌 회장에게 모든 재산의 관리를 맡긴다고 쓴 친필 위임장까지 언론에 공개 하며 현대차에 끈질기게 따라 붙었다.

현대건설은 원래 주인이였던 현대그룹이 되찾아갈 테니, 현대차는 기존 사업에 충실하라는 메세지였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향후 10년간 10조원을 현대건설에 투자해 ‘글로벌 고부가가치 종합 엔지니어링 기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선보였다. 강점인 자금동원력과 사업능력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차별화 전략이였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현대그룹이 버거운 상대를 직접 힘으로 맞서기보다 홍보전을 폈던게 유효했던 셈이다.

현대건설이 넘어가면 현대그룹 경영권이 위협받는다는 절박함과 그룹의 모든 것을 동원한 결집력도 현대그룹의 승리 요인이다. 현 회장은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은 물론이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로지엠, 현대증권 등 계열사들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끌어모았다.

명분론을 내세우며 배수진을 쳤던 현 회장이 최후에 꺼내든 칼은 5조5100억원 이라는 금액이였다. 현대차그룹과 비슷한 가격을 썼을 경우 경영 능력, 자금조달 능력 등 비가격 요소에서 우위에 있는 현대차그룹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걸 안 현 회장은 직접 인수가격을 적었다.

4100억원의 차이, 이 금액은 비가격요소에서 우위에 있는 현대차그룹과 비교하면 600억원이라는 차이로 좁혀진다. 5조5100억원이라는 금액은 금융권에서 예상한 4조원이라는 가격을 훨씬 뛰어넘는 비합리적 일수도 있는 가격 이였지만 현대차가 내놓은 5조1000억원을 근소한 차로 이기며 합리적인 가격이 되었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 내부 의견이 비가격 요소보다는 당초 방침대로 가격 요소를 중요한 잣대로 보자는 쪽으로 흘러갔다"며 "이점이 현대그룹의 결정적인 승리요인"이라고 전했다.

현 회장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데 대해 故정주영, 정몽헌 두 선대 회장이 만들고 발전시킨 현대건설을 되찾은 만큼, 현대그룹의 적통성을 세우고 옛 영광을 재건할 수 있도록 현대건설 임직원 모두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은 홍보전에서도 패배하고 자신있던 자금력에서도 쓰디쓴 패배를 맛봐야 했다. ‘승자의 저주’ , ‘인수후의 후폭풍’등 일각에선 우려의 시선도 있지만 인수전에서 승리한 현대그룹의 추후 행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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