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권혁기 기자] 삼성 사장단이 칠예 기술인 '옻'에 대한 강의를 받았다.

7일 열린 삼성 사장단 회의에서는 '우리가 몰랐던 우리의 것, 문화란 향유하는 자의 것이다'라는 주제로 전용복 칠예연구소 소장이 강연에 나섰다.

이날 전 소장은 "영어로 'japan'은 '옻칠하다', '옻'이라는 의미가 있을 정도로 일본은 옻의 나라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16세기 일본에서 유럽으로 신사유람단이 떠날 때 옻 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떠났다고 한다. 독일의 라이카 카메라도 표면에 옻칠을 하면서 최고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옻은 열에도 강하고, 살균력도 뛰어난 훌륭한 소재다. 옻으로 뭘 만들면 만년이 간다는 이야기도 한다. 중세 유럽의 피아노도 당초 검은색이 아니었는데 옻칠을 하면서 색이 바뀌었다."라며 "그간은 옻칠 예술 작품활동을 주로 해 왔는데, 과거 저의 관심이 문화, 역사, 예술의 소재로서의 옻이었다면 이제는 생활속의 재료, 물질로 쓰이는 옻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전 소장은 "옻은 살균력도 있고, 열에 강한 뛰어난 소재다. 2000년 된 옻칠이 된 목제 제기가 발굴 되면서 제기와 함께 밤이 두 개가 나왔는데, 그 밤이 썩지 않은 채로 발견됐다고 한다. 그 정도로 옻의 살균력이 뛰어나다.라며 "우리 조상들은 옻에 관한 매우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었는데, 막상 우리는 소중한지 몰랐다. 일본은 이를 유럽에까지 전달하기도 하고 나라 이름이 옻을 뜻할 정도까지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지진이 많아 주로 나무로 집을 짓고 그릇을 만들었다. 나무는 옻칠을 해야 보존이 잘 되니 나무를 많이 사용하는 일본에서 옻 기술이 잘 발전한 것 같다."라며 "일본 도쿄 메구로에 '가조엔'이라는 영빈관 겸 연회장이 있다. 가조엔은 모두 전부 옻으로 장식되어 있는데 건물을 이전하면서 3년에 걸쳐 제가 복원을 했다."라고 회상했다.

전 소장은 "일본에서도 복원하겠다고 나선 전문가들이 3000명이나 됐는데 제가 지명됐었다. 가조엔을 철거하고 복원한다는 이야기를 처음 듣고, 내 손으로 그것을 복원해야겠다고 하자 주변에서 정신나간 사람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일본에 그 수 많은 전문가들이 있는데 과연 되겠냐는 것이었다."라며 "일본의 칠예 기술은 각 현(縣)마다 차이가 있는데 가조엔의 작품은 어느 한 현의 칠예 기술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여러 현의 기술이 복합적으로 사용됐다. 일본 모든 현의 칠예 기술을 내가 잘 안다면 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일본 전국의 옻쟁이들을 만나면서 각 현의 칠예 기술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여 리포트를 만들었다."라고 부연했다.

그는 "이를 보고 일본정부에서 나를 선택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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