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농무부가 현지 젖소 한 마리에서 광우병(소 해면상뇌증)이 확인됐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 농림수산식품부는 사실 확인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보여 비난이 여론이 일고 있다.

농식품부는 미 농무부가 광우병 소에 대한 사실을 통보한 후 12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검역 수위를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또 검역 중단이나 수입 중단에 대해서는 권리는 있지만 우선 이를 보류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즉각적인 검역 중단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수입위생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캐나다 소고기의 경우 광우병 발생시 우리나라 정부가 자동적으로 검역을 중단할 수 있지만 미국산 소고기는 수입 중단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리로만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수입위생조건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시민은 “사태의 경중을 따지기보다 정부가 검역을 중단해 만일에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안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의 정부는 미국 국민을 위한 정부인지 우리나라 국민을 위한 정부인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08년 미국산 소고기 파동 당시 현지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수입을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촛불 집회 등 국민들의 시위가 이어지자 정부가 발표한 담화문에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된다면 즉각적인 수입 중단, 수입 소고기의 전수조사. 검역단 현지 실사 파견, 학교·군대 급식 중지와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후 미국과의 소고기 수입위생조건 개정에서 윈래 조항을 그대로 둔 가운데 '건강 및 안전상의 위험으로부터 한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 중단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리를 가진다'는 부칙을 삽입하고 수입 중단 장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국내에 광우병 소고기가 수입됐을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정부가 국민의 건강을 놓고 저울질했다는 비난의 여론을 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형마트 등 소매 시장에서 이런 여론을 감지한 업주들이 미국산 소고기를 진열대에서 내린 상태다. 일부 매장에는 당분간 미국산 쇠고기를 팔지 않겠다는 안내문도 내걸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 정부는 26일 광우병 소가 발견됐음에도 수입금지 조치를 하지 않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20여 국가에 감사한다는 뜻을 전했다. 톰 빌섹 미국 농무부 장관은 워싱턴DC에서 갖은 기자회견에서 “한국, 멕시코, 캐나다, 일본 등이 수입 중단 조치를 하지 않은 것에 감사하다.”며 “미국의 감시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현지 언론들은 이번 사태가 결과적으로 소고기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금까지 20개 국가가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을 금지하겠다고 밝혔지만 과거 사례를 비춰볼 때 다른 국가들의 수입 중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특히 국내에서 비난 여론이 거세질 경우 한국을 기점으로 일시적 수입 중단 조치를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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