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김동욱 기자]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윤용로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지난 4일 언론에 외환은행 인수를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강만수 산은금융그룹 회장도 그 다음날인 5일 외환은행이 시장에 매물로 나온다면 인수를 고민 할 것이라고 밝혀 변함없는 관심을 나타냈다.

김 회장은 금융당국의 승인이 늦어지면 론스타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고 윤 부회장은 인수합병이 늦어지면 외환은행의 기업가치와 경쟁력 하락이 우려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하나금융그룹이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막바지 총력전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승유·윤용로 "외환은행 빨리 달라"

김승유 회장은 지난 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범금융권 신년 인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계약서상 다음 달 말까지 승인이 나지 않으면 계약이 파기될 수 있다.”며 “2월 말이 지나면 론스타가 과연 재계약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회장의 이 발언은 론스타와 하나금융 그리고 외환은행 사이에서 심사숙고중인 금융당국에 빠른 결론을 압박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12월 론스타와의 외환은행 인수 계약 체결 이후 계속해서 터져나오는 론스타측 악재와 과거 금융당국의 잘못된 정책적 판단이 속속 밝혀져 입지가 좁아진 상황이다.

그 동안 언론에 나오는 것을 극히 꺼려하던 윤용로 하나금융지주 부회장도 같은 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정말 갖고싶다 외환은행"-대한민국 금융사에 길이 남을 외환은행 인수전에서 가장 중요한 역활을 할 삼인방이 하루 간격으로 외환은행에 대한 입장을 피력했다. 왼쪽부터 윤용로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김승유 하나금융그룹 회장, 강만수 산은금융그룹회장.
"정말 갖고싶다 외환은행"-대한민국 금융사에 길이 남을 외환은행 인수전에서 가장 중요한 역활을 할 삼인방이 하루 간격으로 외환은행에 대한 입장을 피력했다. 왼쪽부터 윤용로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김승유 하나금융그룹 회장, 강만수 산은금융그룹회장.
윤 부회장은 인터뷰에서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한다면 외환은행의 경쟁력 강화를 주문할 것.”이라며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외환은행이 외국계 펀드에 인수되면서 그 가치가 많이 훼손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하나금융에 합류하고 차기 외환은행장으로 내정된 윤 부회장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늦어지면서 그 동안 외환은행에 관한 질문에는 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에 비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강만수 회장, "외환은행? 시장 나온다면 고려"

강만수 산은금융그룹 회장의 외환은행에 대한 관심도 여전했다. 강 회장은 5일 기자 간담회에서 "만약 외환은행이 다시 시장내 매물로 나온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이 "외환은행은 특수한 상황이니 이 자리에서 명확히 얘기하긴 어렵지만 새로운 인수합병 기회가 생기면 그때 가서 다시 고민해볼 수 있다."며 관심을 표했다.

또한 "M&A 문제는 정말 많이 고민하는 문제."라며 "전세계적으로 점포 매각이 대세이며 산은도 적절한 점포 수가 어느정도 수준일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 회장은 지난해 국회 정무위 국감 에서도 박병석 민주당 의원의 질의를 받고 "시장에 적당한 매물이 나오고 인수합병 기회가 있으면 적극 검토 하겠다."면서 "산업은행의 독자 생존을 위한 최소의 점포수는 일본의 예를 보면 약 200개에서 250개 전후로 론스타가 매각하려고 하는 외환은행 점포가 353개이고 요즘 문제가 많은 SC제일은행이 400여개로 적당한 점포 규모와 고객들을 보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한바 있다.  

외환은행 노조, "은행 경쟁력? 지금도 최고"

이에 대해 외환은행 노조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외환은행은 론스타와 하나금융만 물러선다면 곧바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은행으로, 세계무대에서 당당히 경쟁할 역량을 갖고 있다고 분명히 말한다."며 "윤용로 전 기업은행장이 그렇게 외환은행을 걱정한다면 지금이라도 김승유 회장에게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하라고 요구하면 되고 그것이 모두에게 가장 좋은, 유일한 선택."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김승유 회장이나 윤용로 부회장은 외환은행 경영과 관련한 어떤 권한도, 자격도 없는 상태."라며 "론스타의 자격에 하자가 있다는 증거는 언론과 국회에서 수 십 가지도 넘게 제기돼 있고, 론스타가 산업자본임을 국회와 시민단체, 언론에서 거듭 확인하고 있어 하나금융 계약은 무효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론스타를 위해 금융 주권을 넘기겠다는 자들의 공통의 목표는 국민을 속여 자신들의 죄과를 덮겠다는 것."이라며 "여기에 가담한 자들은 영원한 범죄자이며 사기꾼에 불과할 뿐 외환은행 직원을 포함한 국민들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알아둬야 할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금융당국, "법과 원칙에 따라..." 1월 넘길 수도

금융당국은 당초 지난해 12월28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를 판단하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론스타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정치권의 국정조사 추진이 맞물리면서 일정을 계속 미루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외환은행 인수 승인에 대해 철저히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4일 론스타에 대한 비금융주력자 여부 판단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언제 받느냐는 질문에 “법상 심사기한만 있다. 언제 할지는 모른다. 아직 안 했다.”고 짧게 답했다.

이어서 “(외환은행 문제 처리를) 법과 원칙에 따라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한다.”며 "국내외 투자자를 동등하게 대우하고 법 앞에는 만인이 평등하다는 게 원칙.”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해를 넘긴 하나금융과 론스타 그리고 외환은행을 둘러싼 대한민국 금융계의 판도 변화는 이번달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은행법에서는 금융회사의 자회사 편입 여부는 60일 내에 금융위원회가 결정하도록 돼 있고 하나금융은 지난해 12월5일 신청서를 접수한 상황이다.

영업일 기준으로 2월 말까지가 금융위에게 주어진 시간이다. 공교롭게 이는 하나금융과 론스타와의 매매계약기한과도 일치한다.

그러나 론스타의 산업자본 심사는 오는 11일 금융위 정례회의에도 상정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2월 말까지가 계약기한이라 해도 론스타가 그 사이 다른 매수자를 찾을 수 도 있다. 외환은행을 향한 국내외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 이유이다. 이번달 외환은행을 향한 초미의 관심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경제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