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김동욱기자]농심이 라면값을 올리면서 소규모 슈퍼들에 대한 마진은 줄이고 자신들의 배만 불리는 가격정책에 동네슈퍼 주인들이 발끈, 농심 상품 치우고 안 팔기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네이버 카페 ‘좋은슈퍼만들기운동본부’는 지난 1일부터 12일 동안 농심 제품 안 팔기 운동에 들어가, 3일 현재 4000여명의 동네슈퍼 주인들이 동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12월 초 농심이 라면값을 올리면서 권장소비자가는 6%만 올리고 대리점이 슈퍼에 공급하는 납품가는 12% 높이는 방법으로 소매 유통점 마진을 채가 이같은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동네슈퍼와 대리점의 거래명세서를 보면, 신라면 멀티팩(5개들이)이 8개 들어 있는 한 상자 납품가는 11월 말 2만400원에서 12월 초 2만3700원으로 3300원 올랐다. 반면 신라면 1개의 권장소비자가 인상분은 50원밖에 안 돼, 동네슈퍼가 신라면 멀티팩 8개들이 한 상자를 팔아 추가로 얻는 이익은 2000원에 지나지 않는다. 동네슈퍼 주인 쪽에서 보면 가격 인상 전에 비해 상자당 1300원 정도 손해를 보는 셈이다.

 안성탕면 멀티팩 8개들이 상자 납품가도 1만8700원에서 2만1300원으로 올라,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동네슈퍼는 가격 인상 전보다 상자당 600원씩 손해를 본다. 이 슈퍼 주인은 “제조업체가 가격을 인상할 때는 소매상의 마진율을 떨어뜨리지 않는 게 유통업계의 관행인데, 농심이 스스로 업계의 관행을 깼다”고 주장했다.

 이 카페에서는 ‘농심 제품 안 팔기 운동’에 참여하는 방법으로 농심 라면만 할인판매를 하지 않거나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진열하는 방식 등이 제안되고 있다. 농심 라면은 소비자값 그대로 받고, 진열선반 앞쪽에 삼양과 오뚜기 등 농심의 경쟁업체 제품을 진열하자는 것이다. 좋은슈퍼만들기운동본부 엄대현 카페지기는 “농심 영업본부에 불공정 거래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지만 공식적인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심 쪽은 “납품가는 대리점과 소매점 간의 문제”라며 “제조업체는 대리점의 가격 결정에 관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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