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이지하 기자] 10.26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보궐선거의 최대 화두는 단연 부동산이다. 서울시민들의 눈과 귀는 벌써부터 내년 부동산 시장의 향방에 쏠려있다. 과연 어떤 후보의 '부동산 정책'이 가동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하지만 그 기대는 곧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두 후보가 내세운 '부동산 공약'을 이리저리 뜯어보면 논리적 허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실행 가능성이 희박한 '뜬 구름 잡기'식 정책으로 채워져 이번에도 표심에 편승한 '선심성' 공약을 남발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울 따름이다.

나경원 후보가 들고 나온 '재건축 연한 해제' 공약 카드가 그 대표적이다. 이 공약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부동산 시장 상황과 법률적 문제, 안전진단 기준 등에 가로 막혀 단순한 말잔치에 그친 전력이 있다. 게다가 서울시가 지난 3월 재건축 연한 완화는 불필요하다는 공식입장을 밝힌 상황이라 단순히 강북지역 중산층의 표심을 위해 꺼내든 무리수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재건축 연한을 축소하기 위해서는 도시정비법이나 서울시 조례 개정이 뒤따라야 하지만 정부와 서울시는 '시장 안정'이라는 취지를 내세우며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설령 조례에 규정된 재건축 연한을 철폐한다 해도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하지 않는 한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운 실정이다.

나 후보는 또 전·월세 안정을 위한 대안으로 서울시장 임기 내 5만가구의 임대주택 공급 카드를 제시했다. 언뜻 듣기에는 치솟는 전셋값을 누르고 서민주거안정을 꾀할 수 있을 것처럼 들리지만, 현실에서는 그리 쉽지 않다.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SH공사가 이 공약을 수행할 수 있을지도 의문일뿐더러 오세훈 전 시장의 뚜렷한 대책없는 난개발로 인해 서울시내에 임대주택을 지을 땅이 없다는 게 문제다. 이번에도 화려한 말잔치로 끝날 공산이 크다.

박원순 후보가 내세운 '부동산 공약' 역시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서울시장 임기 중 공공임대주택 8만가구를 공급하고 총 재고 물량 24만가구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계획없이 섣부르게 공급가구 수만 늘리겠다는 심산이다.

이외에 전월세상한제 도입, 주택바우처제도 확대, 두꺼비하우징 추진 등을 공약으로 내걸며 서민들의 주거복지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예산'이 문제다. 지난 10년간 눈덩이처럼 불어난 서울시 부채를 매년 10%씩 줄이겠다고 밝힌 마당에 두 마리의 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 있을지 고개가 갸웃거린다.

선거때마다 넘쳐나는 입후보자들의 '공약(公約)'은 이미 지켜지지 않는 '공약(空約)'으로 조롱받은 지 오래다. 표를 얻는 데만 급급해 세밀한 검토작업 없이 남발했다가 이행이 곤란해지면 "송구스럽다"는 말로 사과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약'은 말 그대로 국민들에 대한 공적인 약속이다. '신의(信義)'를 잃은 공약은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고, 이에 따른 유무형의 피해는 결국 그를 믿고 뽑아준 유권자들에게 향할 것이다. '공약남발-파기-사과'식으로 되풀이되는 선거의 고질적 폐단이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재현되지 않기를 바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두 후보가 스스로 세운 '공약의 벽'을 어떻게 극복할 지 지켜볼 일이다.

저작권자 © 경제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