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이지하 기자] 건설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살아날 줄 모르는 주택시장의 장기불황에 정부발주 일거리마저 급감하는 데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여전하면서 그동안 건설업계를 먹여 살렸던 해외건설이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최근 저축은행 부실사태에 따른 후폭풍도 '쓰나미급'이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비중이 높은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부실 저축은행의 구조조정과 맞물려 돈줄이 막히면서 '돈맥경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위기감 섞인 마른침이 넘어간다.

벼랑끝 건설업계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정부의 건설대책은 엇박자다.

최근 몇년간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대형 토목공사로 인해 공공건설 시장은 활기를 띠었지만 지난해부터 공공공사 발주 물량이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내년도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예산은 총 21조9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조7000억원이 줄어들면서 건설업계의 실낱같은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공공공사 발주 물량 '가뭄'에도 정부는 예산 절감을 이유로 여전히 최저가 낙찰제도를 고집하고 있다. 오히려 내년부터 최저가 낙찰제를 100억원 이상 공사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과당·출혈 경쟁에 따른 건설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기술력이나 시공능력보다 '가격'에 초점이 맞춰질 경우 건설사들은 '덤핑수주'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수익성 저하와 부실시공으로 이어져 건설업계의 공멸을 부를 수 있다. 현장에선 선진국이 버린 '문제 많은' 정책을 왜 우리 정부만 고집하고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정부의 약발 없는 '주먹구구식' 부동산 정책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주택시장만 잘 풀려도 건설경기는 살아날 수 있지만, 정부가 올해 내놓은 부동산 대책들은 부동산 경기활성화는 커녕 시장의 혼선만 가중시켰다.

건설 산업의 미래는 정부가 어떤 건설정책을 어느 시점에 적절히 펼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정부가 시장 상황에 걸맞은 실속있고 근원적인 대책 마련으로 '멀리보기'에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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