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김동욱 기자] 최근 광주 인화학교에서 있었던 장애인 학생에 대한 성폭력 사건이 영화화돼 다시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영화로 알려지기 전까지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까맣게 모르고 있던 사건이다.

영화란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여러 장치를 만들어 놓지만 그러한 사실을 제외하고라도 사람들은 이것이 사실에 기반을 둔 영화라는데 더 큰 분노를 느끼고 있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관심이고 가장 바라는 것은 무관심 일 것이다. 그래야 앞으로도 개선될 여지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부실도 마찮가지다. 고객들이 전혀 모를때는 저축은행들이 부실 PF에 투자하고 룸살롱에 대출해 부실을 키웠다. 그리고 그 부실은 국가 경제 위기는 물론 행정부와 금융감독원 그리고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

함께 정부 부처를 출입하는 언론사의 고참 선배 기자 한명은 사석에서 “저축은행 사태로 국가 경제가 도탄의 지경에 빠지고 민심이 와해되는 수준.”이라며 “저축은행 사태는 국가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건.”이라며 통탄했다.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더니 지금의 시대 상황이 딱 그렇다. 정부와 감독기관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은 본인의 잘못된 정책으로 서민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지 않나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보라.

도가니에 나오는 장애학생들도 그렇게 묻혀갔고 저축은행의 잘못된 영업으로 피해를 본 고객들도 결국 그렇게 묻혀버릴 것이다.

정부는 구제할 의지나 방법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사실은 책임지려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일사부재리의 원칙으로 더 이상의 처벌이 불가하다' 거나 '5000만원 이상 예금한 고객들은 본인의 잘못된 투자로 구제할 수 없다'는 변명에 만족할 국민들이 얼마나 있겠는가.

모두가 권력과 돈 그리고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치졸한 변명일 뿐이다. 저축은행의 부실을 사전에 잡아내지 못한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는 퇴출된 저축은행을 무더기로 수술대로 밀어 올렸고 검찰은 부실 저축은행을 철저히 도려냈다.

이런 식으로 기업의 부실을 조기에 찾지 못하고 부실화 된후에 뒷정리에 매달리는것이 감독 당국의 소임인지 진지하게 되묻고 싶다.

무엇보다도 인화학교와 저축은행들은 이 사회에서 신뢰받는 단어인 ‘은행’과 ‘학교’라는 말부터 당장 떼내야 한다. ‘저축은행’은 비록 수십억의 이자 수입을 얻지만 사회적 책임을 위해 노력하는 시중은행들의 노고를 무색하게 하는 이름이다.

‘인화 학교’는 교권이 붕괴된 상황에서도 묵묵히 교직을 수행하고 있는 대다수 학교 선생님들을 도매금으로 매몰시키는 이름이다. 또한 이 모든 부실이 저축은행과 인화학교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치부하기 이전에 잘못된 정책이 뒷받침이 됐음은 명약관화하다.

저축은행 부실의 책임은 관리감독할 여력이 없고 능력도 없었던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 김석동 위원장은 저축은행에 예금을 할게 아니라 당장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관리감독에 실패하고 사법부에 일을 떠넘긴 사람이 무슨 염치로 계속 일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지경부 장관은 전력관리를 실패해 바로 물러났는데 김 위원장은 본인의 책무가 그보다 덜하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인화 학교가 버젓이 교문을 열어 학생들을 훈육하고 있다는 사실도 놀랍기 그지없다. 이 또한 국민들이 납득하고 만족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 국가 발전에 미래가 없다.

올해 국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로 기자수첩을 갈음할까 한다. 지난 예금보험공사 국정감사에서 김영선 한나라당 의원은 “금융위기가 오면 나라 경제가 손해를 보겠지만 손해를 본 교훈으로 반성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가 좋아질리는 만무하다."고 말했다.

그렇다. 뼈저린 경험으로 얻은 교훈조차 실천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여전히 어두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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