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이지하 기자] 올 상반기 건설업계의 최대 화두는 단연 '중견 건설사의 몰락'이었다.    

지난 2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한 진흥기업을 시작으로, LIG건설과 삼부토건, 동양건설산업 등 중견 건설사들이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줄줄이 쓰러지면서, 건설업계에는 '구조조정 쓰나미'가 거세게 몰아닥쳤다.

지난해까지 무려 세 차례에 걸쳐 단행된 건설사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법정관리나 워크아웃행을 선택하는 회사들이 잇따라 출연한 것. 과거 구조조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이 중 '동양건설산업' 만큼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은 곳도 없다. 동양건설은 한 채당 40억~50억원을 호가하는 초호화 주택촌이 들어설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고 참여했다가 삼부토건에 대한 대출 지급보증에 발목이 잡혀 지난 4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시장 환경변화를 예측하지 못하고 ‘명품’을 노리다 ‘쪽박’을 찬 셈이다.

최근 건설업종의 하반기 부활을 점치는 전망이 득세하고 있지만, 여전히 업계에선 그동안 살얼음판을 걸어오던 일부 건설사들의 생존 능력이 이제 한계에 다다랐음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이는 건설업계가 흔들림 없는 '건실화'를 이루기 위해선 보다 확실한 건전화 과정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최근 건설업계의 4차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점쳐졌던 은행권의 건설사들에 대한 신용위험평가가 마무리됐다.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포함된 건설사들은 이미 진행 중인 기업을 제외하고는 잘 알려지지 않은 소형업체들로 사실상 구조조정의 여파가 없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LIG건설 사태까지만 해도 그룹 계열 건설사들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이 예상됐지만 결과적으로 빈 수레만 요란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주택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고강도 구조조정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지역경제에서 중견 건설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은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 특히 건설산업의 든든한 허리 역할을 수행하는 중견사들이 무너질 경우 국내 건설 및 주택 공급시장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지금은 중장기 업계 발전을 위한 ‘멀리보기’가 필요한 때다. 건설업계의 썩은 부위를 도려내지 않고 방치할 경우 부실이 우량 건설사는 물론 금융권에 전이되고 이는 경제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부실업체를 걸러내고 퇴출을 비롯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내실'을 다져가는 것이 필요하다.

부실 건설사에 대한 구조조정 지연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해당 기업의 투자자나 아파트 입주자 등 일반 서민들이라는 점도 무뎌진 구조조정의 칼날이 아쉽게 다가서는 대목이다.

'완치'는 병의 뿌리를 뽑아내면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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